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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라떼 장인이 되지 않는 법

“라떼(나 때)는 말이야~.” 자신의 소싯적을 예시로 시작하는 누군가의 라떼. 우유를 곁들인 라떼는 맛이 부드럽다. 하지만 이 라떼는 샷을 많이 추가했는지 너무나 쓰디써서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지금 거부감을 느끼는 나도 언젠가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라떼 장인이 될지 모른다.

글 조승익(수도권서부본부 동암역)

 

수직적 구조 아래의 맨스플레인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합친 단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은 어느 분야에 대해 상대가 잘 모를 것이라는 기본 전제 아래 대체로 남성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른바 ‘꼰대’라 부르는 사람의 특성 중 하나다. 물론 그들의 능력과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인생 사이클을 겪기 때문에 배울 점이 있다. 하지만 학습, 노동, 성취, 은퇴라는 과정에서 겪는 질서는 보통 수직적이다. 수평적 인간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조직이 원하는 삶만 살다가 편협한 세계관에 갇힌 우리는 수직적으로 설명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거부감이 드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경청을 통한 성장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40년간 일한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 분)는 젊은 직원으로 가득한 온라인 패션 몰 회사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나이 많은 벤을 회사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은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 순간순간 드러나는 삶의 지혜를 보며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줄스는 여유가 없다. 젊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 벤은 그런 줄스를 다독이며 힘낼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 초년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겐 위기를 쉽게 극복할 경험이 부족하다. 그때 누군가의 조언을 계속 무시한다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훌륭한 멘토인 벤과 능력 있는 젊은 사업가 줄스, 이 둘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경청’이다. 벤은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줄스 역시 인생 선배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청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길을 더 닦아나간다. 지금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라떼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리되지 않을 거라며 부정하는 젊은 당신도 라떼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인정받고 싶은 시니어, 도움받고 싶은 주니어들이여.

주변이 기피하는 라떼 장인이 되지 않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영화 <인턴>을 추천한다.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앤 해서웨이(줄스 오스틴), 로버트 드니로(벤 휘태커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

<한 글자> 

한 글자로 인생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 너, 생, 사(死), 줄, 길, 벽…. 많은 듯도 하고 적은 듯도 하다. 생각보다 다양한 한 글자가 머릿속을 스칠 때 이 한 글자로 많은 이야기를 펼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 박종건(고속시설사업단 고모시설사업소)

 

5초 아닌 5분간의 묵독

카피라이터 정철 선생은 이런 의미에서 <한 글자>라는 책을 펴냈다.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라는 소제목과 함께. 꿈, 별, 꽃, 밥, 물, 봄, 집, 나, 힘 등 작가는 262가지 한 글자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한 글자로 된 말의 의미를 살피고, 다른 생각 하나를 끄집어내 거기에서 다시 마음 하나를 이어 붙여냈다. 그러고는 느리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단 5초면 읽을 수 있는 글을 5분에 읽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 짧은 글 안에 인생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가치나 가르침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한 글자에 얽힌 추억

5초를 5분으로 늘린 그 틈새로 예전 사무소장님이 떠올랐다. 무시무시한 소문이 따라다니던 소장님. 실제로 만나 뵙고 생활하다 보니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느끼기에는 그리 무섭지도, 엄격하지도 않은 자상한 분이었다. 다만, 퇴직 전 마지막 근무지라며 열정이 좀 지나쳤다고나 할까? 퇴임을 앞둔 노파심에 사사건건 보고서를 작성하라 하고, 본인이 직접 챙겼다. 그때 강조하던 것이 “모든 보고서는 한 장으로 작성해야 한다”였다. 한 장으로 작성하지 않은 보고서는 작성자가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아울러 보고서 작성 방법 등을 직접 첨삭해가며 알려주었다. 소장님도 꿈, 혼, 창, 통 등 회사 생활과 인생을 살아가며 중요한 한 글자의 말들을 말씀하곤 했다. 벌써 몇 해 전에 퇴직해서 이제는 어찌 지내는지 소식도 자주 전해 듣지는 못하지만, 보고서를 쓸 때면, 또 한 글자로 된 의미 있는 단어를 볼 때면 항상 생각이 난다. 긴 글이나 어려운 단어로 설명하는 것보다 짧지만 깊이 생각한 문장과 단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지도 모른다. 짧아서 문제가 아니라 짧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지도 모른다. 정작 이 글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에 있는 ‘열’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열받는다 / 내가 받은 열이 정말 열이 맞는지 / 혹시 아홉이나 열하나는 아닌지 / 하나에서 열까지 찬찬히 세어본다 / 열을 세는 동안 열이 누그러진다.

저자 정철
출판사 허밍버드
발행 연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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