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Friendly, PDF & Email
 
미니멀 라이프의 미학

버리기로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한 달 내 혹은 1년 사이 내가 썼거나 혹은 쓸 물건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보관하는 게 짐스럽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물건에 둘러싸여 혹시 모를 필요에 대비하는 삶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과도한 물질 소유에 집착하다 보면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몇 년 전부터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소한의 것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거나 집을 비우고 나니 삶이 전보다 더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졌다고 한다.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인 삶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건만 어느새 사는 목적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한 살벌한 전쟁터가 되고 있지 않은가. ‘정리와 버림, 비움의 미학’으로 요약되는 미니멀 라이프는 “사치(奢侈) 시대가 가고, 가치(價値)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한다. 욕심을 버리고 하루하루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함을 강조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인류와 환경을 생각하는 삶

이러한 삶은 ‘한정된 주거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탈바꿈하고, 과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는 공동체적 책임 의식의 발로’라는 거창한 대의와도 연결된다. 결국 삶에 덕지덕지 낀 온갖 허위의식을 덜어내고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은 인류애와 환경 보존을 실천하는 길까지 닿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최소한의 소유로 참된 여유와 행복을 누리는 미니멀 라이프가 맥시멈 베니핏(maximum benefit)을 주는 것이다. 비단 물건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 의식주 등 여러 영역까지 범주를 넓힐 수 있다. 나아가 단순하게 생각하기, 또는 불필요한 고민으로부터 해방되기 등 정신적 측면으로까지 확장해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수준의 짐 정리나 주변 정리가 아니라 적게 갖지만 삶의 중요한 부분은 의미 있게 채우는 삶, 즉 ‘진정한 자아 발견’이 참된 비움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구분하고, 보다 중요한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현대사회를 정의하는 키워드 ‘풍요 속의 빈곤(poverty in the midst of plenty)’은 많은 물질을 누리며 살지만 물질로부터 인간은 점점 더 소외되고, 물질에 대한 종속으로 인간의 소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젠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니라 ‘비움 속의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은가?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