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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경춘선 화랑대역

철도공원으로 변모한 화랑대역의 봄 풍경.(사진: 손재완)

손님 없는 간이역에서 가끔 기타와 피아노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영업 당시의 잘 꾸민 화랑대역사 내부.

“서울 근교에 가볼 만한 간이역이 있나요?” ‘열차사랑’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2000년대 초, 가장 많이 올라온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말해준 간이역 중 하나가 경춘선 화랑대역이다.

글과 사진 임병국(작가)

다시 만난 화랑대역

서울 노원구에 위치하지만 군사 적과 서울 외곽이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1939년 이래 지금까지 원형을 잘 유지해오다가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되었으며, 역 구내에 들어서면 이곳이 서울인지 시골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유롭고 한적한 모습에 마음이 탁 풀린다.

2010년 12월 이후 경춘선 복선 전철화로 이설이 진행되었고, 일반 열차가 서지 않는 기차역으로 남은 후 한동안 방치되다가 최근 경춘선숲길이 조성되고 철도공원으로 거듭났다. 한창 영업 중이던 화랑대역의 모습을 기억한다. 역 구내에 독특하게도 통기타와 피아노가 맞이방 한편에 놓여 있고, 매표구 옆에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한 화랑대역의 사계절 사진이 가득했다.

맞이방 중앙에는 나무 테이블 위에서는 100원짜리 무인 커피를 판매했으며, 누구라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명록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방명록은 그때도 이미 열 권이 넘었다. 역 구내로 접어들면 각종 신호 표지판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이곳 마스코트이자 명예역장인 하얀 강아지 ‘화랑이’가 꼬리를 흔들며 방문객을 반긴다. 한쪽에는 낡은 타자기와 1980년대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물건이 진열되어 있어 작은 추억 박물관이 되었다.

옛 모습을 간직한 곳

철도공원으로 변한 화랑대역이 의미 있는 이유는 원래 역사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 역 구내 부지와 시설을 고스란히 남긴 상태로 공원화했다는 점이다. 사실 어떤 모습이 철도 역사의 원형에 가까운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열차가 운행하던 시절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던 전성기에 가까운 모습이나 열차 운행이 종료된 시점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또 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해도 역 구내가 없어지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철도역이 지닌 고유한 이미지가 크게 반감되고 말기 때문이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 서울 시내에 이렇게 잘 보존된 간이역 철도공원이 있다는 것을 시민도 자랑스럽게 여길 것 같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많은 간이역이 문을 굳게 닫은 채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경춘선 화랑대역은 보전과 개발 모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철도 기관과 지자체에서 열성적으로 역을 꾸몄고, 그 결과 시민에게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콘셉트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철도공원이 된 역 구내에는 전 세계에서 도입한 노면전차, 증기기관차, 트램 등 좀처럼 보기 드문 귀한 열차들이 자리한다. 벚꽃이 아름다운 4월이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앞으로 벚꽃 명소로도 이름을 널리 알릴 것 같다. 비록 국적이 다르고 경춘선의 추억과 거리가 조금 있다고는 해도 옛것을 추억하는 열차들의 만남과 다양한 철도 차량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도심 속 공원이라는 점에서 어른과 아이, 연인이나 사진가 모두에게 경춘선 화랑대역이 과거를 통해 소중한 미래 가치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철도공원의 모습(좌), 영업 당시의 경춘선 화랑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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