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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나무에서 미루나무로

미루나무는 북미가 원산지로, 미국에서 들여온 버드나무라는 뜻에서 미류(美柳)나무라 불렸다. 그 후 미류나무는 미루나무와 함께 쓰이다가 1988년부터 모음을 단순화하는 형태로 표준어가 정해지면서 미루나무가 되었다. 그 바람에 같은 시기에 유럽에서 들여온 양버들과 이름 때문에 빚어지는 혼동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미루나무는 아까시나무와 더불어 황폐화 된 우리 산야를 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제강점기에 들여왔다. 두 나무는 빨리 자라는데다 키가 큰 편이라 산림녹화용으로 더없이 적절한 수종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루나무는 가로수로 적합해 도로변에 많이 심었다.

하지만 씨앗이 퍼질 때 날리는 하얀 솜털같이 생긴 것이 눈병을 유발한다고 오인해 마구 베어버리는 바람에 한동안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나무였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조경용 가로수로 식재하는 곳이 늘어나 어린 날의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세대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가은역 공원의 조형물, 레일바이크로 운영중인 가은선.

비슷한 듯 다른, 세 나무 구분하기

미루나무는 양버들이나 이태리포플러와 너무 흡사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잎의 모양과 수형이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있어 세 나무를 구별하는 구분점이 되고 있다. 먼저 양버들은 잎의 가로길이와 세로길이가 비슷하고 모양이 대체로 마름모꼴이다. 수형은 가지가 위로 자라 빗자루 같은 형태를 띤다.

반면에 미루나무는 잎이 가로보다 세로가 길고 일그러진 삼각형 모습을 하고 있다. 수형은 양버들과 달리 가지가 사방으로 벌어져 전체적으로 둥글다. 이와는 달리 이태리포플러는 미루나무와 양버들의 교배종으로 수형이나 잎 모양이 미루나무와 흡사하다. 다만 미루나무보다 잎이 작고 비교적 깔끔한 삼각형 모양을 띠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포플러(Poplar)는 버드나뭇과 사시나무속에 속하는 식물을 총칭하는 단어다. 나무 이름 포플러는 속명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했다.

포풀루스는 민중, 대중, 인민 등을 뜻하는 라틴어로 여기에서 ‘Populace’이나 ‘People’, ‘Populism’ 등의 단어가 파생되었다. 그래서인지 포플러는 ‘민중의 나무’라는 정치적 은유가 담겨있다. 게다가 포플러는 프랑스 혁명기에 자유와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했다. 나무이름이 ‘민중(Populace)’이란 말과 어원이 같은데다 프랑스 혁명 지도자들의 사상적 지주가 된 장 자크 루소의 무덤을 포플러나무가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태리포플러는 캐나다가 원산지다. 하지만 이태리를 통해 들여오는 바람에 이태리포플러란 이름을 얻었다. 이태리포플러는 미루나무와 더불어 신작로나 뚝방길 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추억의 가로수로 초등학교 시절 식목일 행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종이기도 했다.

기억 속에서 영원할 이름, 가은역 그리고 미루나무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는 신작로라 불리던 비포장 흙길이 있었다. 신작로에는 아름드리 미루나무가 사열하듯 양옆에 늘어서 있었다. 이따금 자동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면 미루나무 이파리에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산들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미루나무 이파리는 일제히 요란하게 몸을 뒤척이며 재잘거렸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놓고 갔어요

외국 곡에 박목월 시인이 작사한 「흰 구름」이라는 동요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인데, 개구쟁이 아이들은 긴긴 여름날이면 심심찮게 ‘조각구름’ 대신 ‘○○빤스’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며 여자 아이들을 놀려대곤 했다.

 

역사에서 바라본 미루나무.

가은선은 1956년 9월에 가은 일대의 무연탄 수송을 위해 진남역(鎭南驛)에서 가은역까지 단선철도로 개통되었다. 개통 당시에는 문경선(聞慶線)이라 불렀으나, 1969년에 점촌~문경 간 철도가 부설되면서 가은선이라 이름을 바꾸고 문경선의 지선이 되었다. 가은선은 그 후 도로교통이 발달하고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2004년 4월에 폐선 되었다.

그러나 문경시에서 매입한 뒤 관광객을 위한 레일바이크 시설로 재활용하면서 지난 시대의 기억을 고스란히 보전하게 되었다. 가은역은 1956년 개통 당시 역사 인근에 있는 은성탄광의 이름 빌어 은성역이라 불리다가 1959년에 역이름을 바꾼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사는 해방 이후 건축한 목조역사의 희소성 때문에 2006년에 등록문화재 제304호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인근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가은 팜 스테이션’이라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광장에서 바라본 가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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