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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C란?

때는 1921년, 갑자기 프랑스 친구들이 철도 관련 국제 세미나에서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해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해 이듬해 1922년 29개국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UIC(국제철도연맹)입니다. 유럽 친구들과 함께 중국과 일본도 참여했지요. 프랑스 주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 파리의 노른자 땅인 에펠탑 인근에 둥지를 틀고 현재까지 약 100여 년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뭘 해 먹고 살까 고민하다가, 회원국에 회비를 받고 각국 기술 자료를 취합·표준화해 전파하고, 모임을 주선하는 일로 시작해 오늘날 92개국 205개 회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발전했습니다.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대다수 철도 운영국이 가입했습니다. 매년 전략을 수립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생존 전략을 게을리하지 않고, 유럽 특유의 누적 자료 정리를 근간으로 이제는 훌륭한 표준과 업무 방향성을 수립했습니다. 또 열린 마음으로 전 세계 철도인을 품어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현재 약 24개국에서 130명 정도가 UIC에서 근무 중입니다. 11층짜리 건물 전체를 사용하며, 지하부터 3층까지는 다수의 회의실과 식당, 도서관을 운영·임대하고, 4층부터는 직원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전망이 좋은 에펠 뷰 사무실은 UIC에서 직접 채용한 직원이나 고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저는 반대쪽에 위치해 조금 아쉽긴 하지만 파견 종료 이전 에펠 뷰 사무실로 옮기는 것을 작은 목표로 삼고 있답니다. 한 가지 천기를 누설하면, UIC의 1년 예산은 대략 155억 원 정도 된답니다. 이 돈으로 인건비도 충당하지만, 유럽 이외의 아시아를 포함한 지역 연구 과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하지요. 이곳의 공용어는 영어로, 공식 회의나 미팅 모두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파견자들이 자국으로 통화할 경우 정말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고, 프랑스에 위치한 관계로 다수의 프랑스인이 모이면 불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봉주르’ 정도는 기본으로 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답니다.

 

한국철도와 UIC의 관계는?

한국철도는 1978년 준회원으로 가입한 후 2003년 정회원을 거쳐 2009년 아시아 의장국을 역임했고, 현재는 집행이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회원국의 회비가 주 수입원인 UIC는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친답니다. 그리고 집행이사국은 비용 집행에 대한 의결권이 있는 일종의 주주 같은 역할이랍니다. 매년 2회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때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집니다. 2019년에는 12월 11일 정기총회를 개최했는데, 우리 공사를 포함한 주요 회원국 15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제95차 정기총회에는 한국철도 정왕국 부사장님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이 외에 SNCF, DB, SBB, ADIF, RZD, JR-E, CR 등 주요 철도 운영사의 임원 및 관계자가 참여하는 UIC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입니다. 1년 동안 추진해온 UIC의 각종 행사, 업무 현황과 예산 사용 내역 및 전망, 신규 가입 멤버 및 탈퇴 멤버, 각종 기관과 MOU 체결, 주요 의결 사항 등 전반적인 UIC의 주요 행사부터 핵심 추진 전략을 듣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아침부터 시작하는 회의는 늦은 저녁 만찬까지 이어지지만, 모두 인적 네트워킹과 전체적인 철도 사회의 발전 방향을 공유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답니다.

 

파견자 역할은?

파견자 제도는 2005년 3월 전격 결정되어 현재까지 소통 활동 강화, 기술 자료, 선진 사례 습득 및 한국철도 홍보와 UIC 내 과제 수행, 표준화 정립 과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분야에 파견된 저는 기술 분야와 관련해 한국철도의 사례와 다른 국가 사례를 비교하고, 방향성 수립에 의견을 개진하지요.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분야(IoT와 AI)에 관심이 높아 한국의 높은 디지털 기술력이 빛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UIC는 각 철도 운영사로부터 방대한 자료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으며, 정시율을 포함해 분야별 통계자료 또한 다양하게 구비해 참고할 만한 것이 아주 많답니다. 끝으로 한국철도 홍보대사로 각국에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하고, 또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UIC를 소개하는 역할도 한답니다. 지난 9월에는 주불 대한민국대사께서 UIC를 찾아주어 저와 함께 사무총장과 간단한 담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UIC에는 여객국·화물국·시스템국·대외협력국·기본가치국·홍보소통국 등이 있으며, 보통 각국 파견자들은 시스템국과 여객국에서 근무합니다. 시스템국에는 약 14명의 동료가 일하고 있는데,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스페인 등 대다수 유럽 친구, 일본 친구와 같이 생활한답니다. 파견된 직원들은 각각 한 가지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며, 자국을 대표해 UIC 과제에 기여하고 있지요. 모두 호의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로 매일 아침 커피 타임을 통해 궁금한 이슈에 대해 각국 사례를 공유하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1시간 정도 같이 먹는답니다. 훌륭한 현지식으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하고요. 한화로 1만 원 정도 하는 매우 저렴한 곳이기도 하지요. 하나 퇴근 시간이 되면 모두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가끔은 소주 한잔과 뒷담화를 즐기고 싶기도 합니다. 원효대사께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셨죠. 내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파리 길거리에 즐비한 동물 X까지도 흐뭇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혹여 이런저런 사유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다면 잊지 말고 한국철도의 유럽 전초기지인 UIC를 방문해주세요. 버선발이 아니라 맨발로 영접하겠습니다. 공자 왈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