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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 태화강역 구내에는 흔히 종려나무라 불리는 당종려(唐棕櫚)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다.
당종려는 한겨울 불어대는 매서운 강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국 정취를 물씬 풍기며 꿋꿋이 서 있다.

글과 사진 김응기 기자(수도권동부본부 방학역)

종려의 의미와 쓰임

종려(windmill palm)는 종려과(棕櫚科) 혹은 야자과(椰子科)에 속하는 식물로 보통 종려나무, 야자나무라고 부른다. 하지만 종려나무는 엄밀히 말하면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단지 나무처럼 크게 생장하는 초본식물일 뿐이다. 이유는 나무 기둥이 굵어지는 2차 비대생장을 하지 않는 데다 나이테가 없고 양분과 물이 이동하는 관다발이 풀과 같은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종려는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 따뜻한 온대기후 지역에서잘 자라며, 세계적으로 2600여 종이 있을 만큼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따라서 잎이나 줄기 모양 등 외형만 보고 종려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당종려(fortune palm)’나 일본에서 들여온 ‘왜종려(倭棕櫚)’, 기타 ‘야자나무(palm tree)’라고 일컫는 야자과 식물을 통틀어 종려나무라고 부른다.
당종려는 중국 남부 지방이 원산으로 비교적 추위에 강하다. 암수딴그루로 8~10m까지 자라며, 줄기는 이른바 종려털이라 부르는 섬유질로 둘러싸여 있다. 잎자루는 삼각형으로 1m 정도에 이른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광택이 없고 줄기 꼭대기에 부채꼴을 이루며 모여난다. 황백색 꽃은 5~6월에 잎겨드랑이에 다발을 이루며 핀다. 열매는 검은색으로 익는데, 열매를 맺고 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당종려는 일본 규슈 지방에 자라는 왜종려와 비슷하다. 하지만 잎이 아래로 축축 처지는 왜종려와 달리 당종려는 이파리가 뻣뻣해서 처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제주도나 남부 해안 지방에 자라는 종려 대부분이 바로 당종려다. 당종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단원 김홍도가 그린 ‘군현도’나 ‘추성부도’에 당종려가 보이는 점으로 미루어 적어도 조선 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종려나 왜종려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추천명으로만 소개되어 있을 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없다.
종려는 남부 일부 지방에서만 자라는 국한된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실생활에 요긴하게 쓰였다.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 이른바 종려털은 섬유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했다.
종려털로 새끼를 꼬아 만든 줄은 ‘종려승(棕櫚繩)’이라 불렀고, 종려털로 만든 빗자루는 ‘종려비’라 일컬었다. 또 종려털로 만든 수세미는 밤송이 같다고 해서 ‘밤송이솔’, 종려털로 만든 갓은 ‘종갓[棕帽子]’이라 불렀다. 요즘에는 주로 등산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매트 소재로 종려털을 이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줄기 끝에 새로 돋은 종려잎은 경조사 때 화환(花環)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종려가 지닌 상징적 의미

종려나무는 <성경>에서 승리와 기쁨, 정직과 정의, 번영, 다산(多産) 등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로 쓰였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호산나’를 외친 것(요 12:13)은 종려나무 가지가 승리와 기쁨을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며, 사사이던 드보라가 종려나무 아래 살면서 백성을 재판한 것(삿 4:5)은 종려나무가 정직과 정의를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성경>에 나오는 여자 이름 ‘다말(Tamar)’은 종려나무를 뜻하는 히브리어로, 종려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듯이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 외에도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한다(시 92:12)고 해 번영을 상징하기도 했다.
종려나무는 이처럼 다양한 의미로 여러 차례 <성경>에 등장한다. 그런데 <성경>에 등장하는 종려나무는 일반 종려나무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대추야자(date palm)를 가리키는 단어다. 대추야자는 암수딴그루로 한 그루에서 100kg 정도 열매를 수확할 만큼 열매가 많이 달린다.
게다가 당도가 무척 높다. 말릴 경우 오래도록 보관할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런 연유로 아라비아사막에 사는 유목민인 베두인족은 대추야자를 귀중하게 여기며 주식으로 삼아왔다. 심지어 대추야자를 일컬어 “아랍인의 어머니요, 숙모(the mother and the aunt of the Arabs)”라고 까지 극찬하며 추켜세웠다. 따라서 대추야자는 베두인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의 나무였다.

동해남부선 태화강역(太和江驛)

1921년 울산~대구역 간 사설 철도가 개통하면서 울산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 후 사설 철도가 동해선으로 재편되고, 1935년에 부산진역까지 표준궤로 연장·개통하면서 역사를 이설했다. 그러다가 1992년 선로를 이설함에 따라 지금의 역사를 신축하고, 2010년 11월에 KTX 울산역이 신설됨에 따라 역 이름을 태화강역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태화강역의 변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개통을 앞두고 또다시 역사를 신축하는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