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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만에 차가운 호빵에 김이 나게 만들고, 2분 만에 따끈하게 밥을 데운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이 기계는 ‘아주 우연한 사건’으로 탄생했다.

글 이유미

미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 퍼시 스펜서(Percy pencer)는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해 간식거리로 늘 주머니에 초콜릿바를 넣고 다녔다. 그런데 1945년 10월 어느 날,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물렁하게 녹아 있는 주머니 속의 초콜릿을 발견하고 과학자로서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 호기심은 전자레인지라는 주방 조리 기구계의 혁명적 제품을 개발하게 만들었다.

퍼시 스펜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고 홀로 공부를 하며 글을 익혔다. 열 살 때부터 이른 새벽에 나가 저녁까지 제지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책으로 배움의 갈증을 달랬다. 그러던 중 열여섯 살 때 동네 한 공장에서 전기 기술자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취직을 했다. 이때부터 전기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스펜서는 전문 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동네의 유능한 전기 기술자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 스무 살 무렵 해군에 입대했는데, 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삼각함수·미적분·화학·물리학 등 평소 관심 있었던 수학과 과학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타고난 손기술과 체계적 교육이 만나니 실력은 점점 탄탄해져갔다.

그는 스물다섯 살에 군대를 제대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 렉싱턴에 있는 레이시온이라는 회사에 취직했다. 가전제품 회사로 출발한 레이시온은 군사 장비 전문 회사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마그네트론’이란 레이더 장비를 개발하고 있었다. 마그네트론이란 전자기파를 만들기 위한 진공관으로, 주로 레이더 생산에 이용했다. 스펜서는 불철주야 연구에만 몰두하며 새로운 산업 기계를 도입해 마그네트론의 효율성과 생산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1945년 10월, 그날도 스펜서는 열심히 연구하던 중이었고, 녹은 초콜릿 바를 발견했을 때 직감적으로 전자기파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곤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걸로 음식을 익힐 수도 있을까?”

 

버튼만 누르면 순신간에 음식이 익는 네모 상자

첫 번째 실험은 옥수수였다. 마그네트론 옆에 옥수수 알갱이를 올려놓자 알갱이가 “뻥뻥” 소리와 함께 터지며 팝콘이 됐다. 두 번째 실험 대상은 달걀. 처음에는 끓는 물속에서 익는 것처럼 들썩거리더니 이내 “뻥”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이것으로 요리를 할 수 있겠다!” 스펜서는 특허를 등록하고 극비리에 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그리고 1947년에 최초의 전자레인지가 탄생했다. 높이 1.6m, 무게 350kg에 이르는 거대한 물건으로, 가격도 무려 5000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전자기파가 사망을 초래한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기피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는 개량을 거듭했고, 1967년부터 미국의 가정에 보급되었다. 전자레인지는 요리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조리 도구로 자리 잡았고, 전자파에 대한 불신도 사라졌다. 전자레인지는 불티나게 팔렸고, 가스오븐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펜서는 그 성공을 보지 못하고 1970년에 눈을 감았다. 퍼시 스펜서는 생전에 300개 특허를 출원했고, 1999년에는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어 토머스 에디슨, 라이트 형제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전자레인지는 1초에 전기장의 방향이 10억 번에서 300억 번까지 바뀌는 극초단파(microwave)가 음식물 속의 물 분자를 빠르게 움직이게 해 음식물이 익는 원리를 이용한 가전제품으로, 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건 물론 “땡”하고 울리는 그 울림음은 현대인의 음식 문화를 상징하는 소리로까지 불리며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