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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헤어지는 건 서툴다. 4년을 보낸 대학교를 졸업할 때도 울었고, 2년 10개월 만에 첫 발령지를 떠날 때도 울었다. 헤어짐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헤어진 후에 점점 옅어질 친숙함이 못내 아쉬워서 어쩔 수 없었다.
겨우 몇 년이 아니라 30년 넘게 근무한, 자신의 젊음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회사를 떠날 때는 어떤 심정일까?
퇴임을 맞이하시는 선배님들이 그동안 철도에서 쌓으신 훌륭한 업적을 함께 돌이켜보고, 철도바깥 인생을 응원하는 시간을 지난 2019년 12월 27일 한국철도공사 본사 2층 대강당에서 가졌다.

글과 사진 유연희 기자(인재경영실)

오후 4시, 오늘 퇴임하는 518명의 선배님을 대표해 퇴임식에 참석한 여섯 분의 선배님과 가족, 손병석 사장님이 차례차례 입장했다. 후배 직원들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마지막 출근 준비를 하며 선배님들이 품었을 시원섭섭한 마음 중 섭섭한 마음만 지워버릴 기세의 박수 소리였다. 곧 개식 선언과 국민의례가 이어졌고, 대전시설사업소 유준 사우의 기타 연주로 본격적인 퇴임식 행사가 진행되었다.
축하 공연 후 퇴임하는 선배님들의 각 소속 직원들이 손수 만든 영상이 상영되었다. 바쁜 일과 속에서 소품을 준비하고 영상을 찍고 편집한 후배들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져서, 떠나는 분들이 얼마나 존경받는 선배였는지 알 수 있었다. 영상 속에는 담백하고 차분하게 응원을 건네는 소속도 있고, 깜찍한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변치 않을 애정을 드러내는 소속도 있었다. 이처럼 퇴임 축하 인사를 전하는 방법과 분위기는 제각각 달랐지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같았다. “그동안 철도 발전을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이어서 퇴임식에 참석한 여섯 선배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배님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무려 37년 11개월!
선배님들의 인생에 ‘내(1988년생)가 통째로 들어 있구나’라는 생각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후배가 탄생해 학창 시절을 보내고 같은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걸린 세월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철도에 몸담은 셈이다. 북한과 지속적인 열차 운행을 위해 개성을 방문해 실무 협의(임재익 前 차량기술단장), 동력형 새마을동차 국내 최초 도입에 기여(김진돌 前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 동적호차표시기 시제품 제작(권오준 前 인재개발원 기술아카데미센터장), 철도 차량 기술 노하우를 담은 교재 30종 집필(김현식 前 수도권동부본부 차량처장), 철도 차량 맞춤형 지붕 장치 안전 작업前대 개선(김필동 前 경북본부 차량처장), 디젤기관차 및 동차 고장 사례편람을 전국 최초로 발간(박종현 前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품질안전처장) 등 여섯 분께서 그동안 쌓은 눈부신 업적을 듣고 나니, 나 또한 철도 발전을 위해 맡은 일부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퇴직하는 시점에 제 열 손가락이 무사히 다 있다는 게감사합니다.” 퇴임 소감을 묻는 즉석 인터뷰에서 권오준 前 센터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대강당에 안도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가, 자신의 손가락 개수를 걱정해야 하는 업무의 위험성에 숙연해졌다. 한편으로는 오늘 퇴임하는 518명의 선배님 모두의 노력으로 우리가 보다 안전하게열 손가락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권오준 前 센터장님께서는 그래도 철도 덕분에 잘 먹고잘 살았다며, 앞으로도 우리 철도가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길 기원하며 끝으로 한마디 외치셨다.
“퇴직까지 잘 지키자, 열 손가락!”

퇴임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재직 기념패와 명예 사원증을 전달한 후에는 임재익 前 단장님의 퇴임사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맺은 인연에 대한 감사 인사부터 앞으로 철도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까지 어느 한마디 진심 아닌 말이 없었다. 퇴임사를 마무리하며, 비록 술잔은 없지만 각자 자신과 한국철도와 우리나라가 잘되길 기원하며 건배 제의를 했다. 퇴임식에 참석한 임직원 모두가 마음의 잔을 오른 손에 쥐고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이 모두를 위하여!” “위하여!”
선배님들을 떠나보내는 후배들의 마음을 담은 차량기술단 이진경 사우의 송별사와 퇴직하는 선배님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손병석 사장님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특히 사장님께서 인용하신 정약용의 한시 ‘견여탄(肩輿歎)’이 인상 깊었다. 견여탄은 ‘가마꾼의 탄식’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고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퇴임을 맞이하는 선배님들을 철도 발전을 위해 그 괴로움을 달게 받아들인 가마꾼에 비유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격려사가 끝난 후, 대전건축사업소의 조윤기 사우와 정재욱 사우가 준비한 흥겨운 축하 공연과 퇴임 선배님들의 기념 촬영을 끝으로 공식적인 퇴임식을 마무리했다.

퇴임식을 마치자마자 후배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2층 대강당 입구부터 1층 사옥 출입문까지 일렬로 서서 박수를 치며 퇴임하는 선배님들을 환송했다. 서로 아는 사이든, 모르는 사이든 상관없었다. 소임을 다하고 멋지게 퇴장하는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치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끊임없이 이어진 이 환송길처럼, 앞으로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우리 또한 후배들에게 물려주며 지혜라는 선로를 차곡차곡 이어나가야겠다. 그렇게 전국을 잇는 철길처럼 우리도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쁜 일과 속에서 소품을 준비하고 영상을 찍고 편집한 후배들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져서,
떠나는 분들이 얼마나 존경받는 선배였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