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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만들어가는 뮤지컬 <점프>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 음악을 좋아하는 사촌 동생을 따라 <맘마미아!>로 뮤지컬에 입문한 후, 매년 1년에 한 편씩은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은 삶에 치여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 찬스로 뮤지컬 <점프>를 보게 되었다.

글 이보람(수도권서부본부)

언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

친구와 함께 입장했는데 입구에 외국인이 많이 보여서 의아했다. 한국 뮤지컬을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어떻게 알고 보러 온 걸까? 알고 보니 <점프>는 액션과 의성어에 의존해 언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액션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멋져서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었다. 무술을 하는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뮤지컬화한 것이었다. 무대 바닥이 딱딱하지 않고, 약간 탄성이 있어서 배우들이 높이 뛰며 완성도 높은 액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특정 장면에 관객을 끌여들여 더욱 생동감 있고,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배우가 무대 뒤에서 나온다거나,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내는 등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순간이 많았다.

무대 위에서 함께 완성한 장면

외국인 관객에게 업어달라고 떼를 쓴다든지, 말을 건다든지, 장난을 치지만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무대가 이어졌다. 그걸 보며 맨 앞에 앉아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무대로 불려나가게 될 수도 있겠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진짜 그런 일이 생겼다. 나도 무대에서 배우들을 도와 한 장면을 완성하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배우들은 갑자기 무대에 오른 내게 친절하고 재미있는 장난으로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도 해보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뮤지컬 한 장면 속에 내가 있었고, 관객들이 웃었으니 뜻깊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지친 삶에 소소한 웃음과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뮤지컬이다. 특히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적절한 뮤지컬이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점프>를 보며 뮤지컬에 입문해보는 건 어떨까?

경험이 풍부하고 지능과 덕이 뛰어난 성인
<노년에 관하여>를 읽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젊음을 인생의 ‘봄’에 비유하며, 봄이 없는 겨울은 있을 수 없다고 젊음을 찬양하는 반면, 노년은 마음이 인색해지고, 인생의 쾌락을 느낄 수 없으며, 자신의 이익에 몰두하는 시기라고 폄하했다.

글 김군태(부산경남본부)

이처럼 인생의 봄인 청춘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의 많은 글과 책에서 예찬하는 데 비해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가는 인생의 황혼 녘인 노년에 대해서는 마치 자신들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세상에 막 태어났을 때도, 처음 한국철도에 들어와 아무것도 모르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늘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 수많은 어른과 선배와 상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2월 사보에 글을 쓰기 위해 서재에 장식용으로 꽂아만 두었던 <노년에 관하여>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로마의 웅변가이자 정치가, 철학자, 문인으로 수사학의 대가인 키케로가 노년의 짐을 참고 견디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노년의 의미와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키케로의 네 가지 반박

키케로는 노년이 비참해 보이는 이유에 대해 다음 네 가지로 반박한다. 첫째, ‘노년에는 큰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노년에는 계획과 이성과 판단력을 통해 정치 활동과 정신 활동 등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둘째, ‘노년에는 몸이 쇠약해진다’는 주장에 대해 몸이 허약한 것은 노년만의 특징이 아니라 건강 상태가 나쁜 사람의 공통된 특징이며 노년에는 몸이 쇠약해지는 대신 정신 활동은 더욱 활발해진다고 말한다.
셋째,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간다’는 주장에 대해 키케로는 쾌락을 ‘죄악의 미끼’라고 했으며, 노년이야말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대면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파한다. 넷째, ‘노년이 되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노인은 젊은이가 바라는 오래 살기(장수)를 이미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노년의 결실이란 예전에 이룩한 선(善)에 대한 회상으로, 결국 남는 것은 ‘미덕’과 ‘올바른 행동’뿐이라고 주장하며 끝을 맺는다.

성실과 유덕한 태도를 지닌 연장자

우리는 흔히 존경할 만한 나이 드신 분을 ‘연장자’라 부른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서 오자서가 다른 신하의 모함으로 죽음에 처하게 되자 자신을 ‘경험이 풍부하고 지능과 덕이 뛰어난 나이 든 성인’이라는 뜻으로 지칭한 데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존경하고 닮고 싶어 하는 연장자인 ‘노년의 삶’이란 결국 그들이 젊을 때부터 성실하고 덕망 있는 인생을 살아온 덕분에 그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며,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약간의 금전과 젊은 시절부터 쌓아가야만 하는 ‘성실’과 ‘덕망 있는 삶의 태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