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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산천! 동해행 KTX가 온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동해 바다로 가는 또 하나의 타임머신, 동해행 KTX가 안전 운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3월 2일 본격적인 운행에 나선다. 동해안 관광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하는 동해행 KTX. 과연 어떤 매력이 있을까? 궁금해할 사우 여러분을 위해 어느덧 동해 거주 4년 차에 빛나는 기자가 나섰다.

글과 사진 홍충교 기자(강원본부)

동해행 KTX? KTX 강릉선과 다른 거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개통했던 강릉선 KTX는 개통 2년 만에 1000만 명 넘는 고객을 수송하며 강원권 교통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개통하는 동해행 KTX의 정식 사업 명칭도 ‘강릉선 KTX 동해역 연장 운행(사업)’이다. 강릉선 남강릉신호장과 영동선 청량신호소 사이에 1.9km의 강릉삼각선을 건설하고, 동해역~청량신호소 간 영동선 선로의 신호를 개량해 강릉선을 달리는 KTX를 바로 영동선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서울을 출발한 동해행 KTX는 청량리, 상봉, 양평을 거쳐 만종, 횡성, 둔내, 평창, 진부까지는 기존 강릉선을 달리다가 이후에는 삼각선을 통해 영동선으로 진입해 정동진역, 묵호역, 동해역에 정차한다. 철도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은 동해행 KTX가 강릉역을 거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스마트한 한국철도 직원임을 자랑해보자. “동해행 KTX는 강릉역엔 서지 않는다고!”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KTX!
앞서 말한 대로 동해행 KTX는 진부역까지는 기존 강릉행 KTX와 같은 노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요 시간과 운임은 동일하다. 이후 준고속선인 강릉삼각선 구간(1.9km), 일반선인 영동선 구간의 임률을 계산해 서울 기준 정동진 2만8300원, 묵호 3만700원, 동해 3만1300원의 운임을 책정했다. 이번 동해행 KTX의 경우 평일은 편도 4회, 주말은 편도 7회로 운행 횟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선로 용량 한계와 전기 설비 용량 등의 문제를 고려해 편성했다고. 그래도 이용하기 적절한 시간대에 편성되어 큰 아쉬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동해행 KTX를 이용하면 서울 출발 기준 2시간 40분, 청량리 출발 기준 2시간 6분 정도면 동해역에 도착할 수 있다! 불과 2년 전 처음 발령받았을 때 청량리에서 무궁화로 동해까지 무려 5시간 걸린 걸 생각하면 감동의 눈물이.

동해행 KTX를 타면 보이는 것들
강릉선 KTX와 강릉역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은 이유는 푸른 동해 바다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라는 점 때문 아니었을까? 요즘도 강릉역에 가보면 안목, 강문, 사천진 같은 바닷가에 가기 위해 버스와 택시를 기다리는 젊은 고객을 볼 수 있다. 부산역, 여수엑스포역, 강릉역 등 바다로 갈 수 있는 KTX와 역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KTX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열차는 이번에 개통되는 동해행 KTX가 유일하다. 영동선 안인~동해 구간은 인기리에 운행되고 있는 코레일 관광개발의 바다열차 운행 구간과 같은 노선을 공유하는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여기서 팁 한 가지! 동해행 KTX를 예매할 땐 A열과 B열을 선점할 것! (서울 및 청량리발 하행 열차 기준 왼편!) 여기에 창이 넓은 자리를 예매했다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정동진, 묵호, 동해에 도착할 수 있다.

바다, 시간, 추억… 정동진역
이번에 개통된 동해행 KTX를 탑승하면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정동진역! 광화문에서 정동 쪽에 있다 하여 붙은 정동(正東)이라는 이름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전파를 탄 간이역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는 명성과 더불어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로 많은 이를 불러 모았다. 전국적 관광 명소가 된 지금 정동진역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영동선 선로와 나란히 놓인 레일바이크 선로와 그 선로를 따라가면 만나는 정동진시간박물관은 있는 거라곤 바다와 갈매기밖에 없던 옛 정동진역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어색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종종 역사 밖 카페에서 정동진역과 그 뒤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실 때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동진역의 모습에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정동진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이들을 보면 아쉬움은 이내 눈 녹듯 사라진다. 체력에 자신 있거나 동해의 멋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사우에게는 ‘정동 심곡 바다부챗길’을 추천한다. 정동진역에서 썬크루즈 주차장 방면으로 내려오면 정동 심곡 바다부챗길 매표소에 도착할 수 있다. 과거 군 해안 순찰로로 사용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던 약 3km의 탐방로가 바다를 따라 부채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데, 기암괴석과 함께 푸른 동해 바다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입장료는 기본 3000원. 동절기와 하절기의 입장 시간이 다소 다르니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 강원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심곡항으로 무사히 내려왔다면 근처 식당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자. 방송에 소개된 적 있다는 모 식당의 감자옹심이가 대표 메뉴! 다른 곳과는 미묘하게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작은 KTX역, 묵호역
동해행 KTX를 타고 정동진역을 지나 20분을 더 달리면 도착하는 묵호역. 묵호역에 도착하면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먼저 놀라고, 생각보다 많은 이용객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아마 KTX가 정차하는 역 중 가장 작은 게 아닐지. 지금 묵호역의 역사는 지난 1988년에 지은 것으로, 올해 말 200억 원 규모의 역사 신축이 예정되어 있다. 안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역사를 건축할 예정이라 기대된다.
동해안의 손꼽히는 항구로 이름을 날린 곳인 만큼 묵호역에 내리면 묵호 어시장을 방문해볼 것. 묵호역에서 굴다리를 건너 내려오면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데, 부산의 자갈치시장이나 강릉의 주문진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싱싱한 활어를 맛볼 수 있다. 아주머니들과 불꽃 튀는 흥정에서 승리한다면 정말 싼 가격에 싱싱한 회를 맘껏 먹을 수 있다. 주변 식당에서 상차림비를 지불하고 먹는 방법과, 회 떠주시는 할머니들께 고깃값의 10% 정도를 지불하고 먹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시장에서 배를 채웠다면 묵호등대에 올라보자. 어시장 끝에서 길을 건너면 벽화가 그려진 언덕길, 논골담길이 나온다. 과거 화려했던 묵호의 역사와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벽화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바람의 언덕 정상에 서 있는 등대에 도착하는데, 바다 바로 옆 언덕에 위치한 만큼 푸른 동해 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환동해안 교통의 중심, 동해역
동해역에서 역무원으로 일하며 “묵호에서 내리시지…”라는 말씀을 드린 기억이 많다. 어시장도 있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관광지, 바닷가가 있는 묵호역과는 달리 불과 7분 거리에 있는 동해역 주변은 다소 썰렁한 것이 사실. 타지 분들은 ‘동해’라는 이름만 듣고 오셨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동해역이 물류 중심의 교통 요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동해행 KTX가 개통되면서 동해역은 여객 철도
교통 중심지 역할도 부여받았다. 청량리에서 제천, 태백을 거쳐 들어오는 무궁화호와 부전, 동대구에서 영주를 거쳐 들어오는 무궁화호는 모두 동해로 종착역이 변경되며, 동해~강릉 구간에는 하루 20회 셔틀 열차가 운행된다.
오는 2022년 포항·삼척 방면의 동해중부선 전철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동해역의 위상은 다시 한번 높아질 것이다. 역사에 들어오면 새롭게 비상할 동해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동해역 여행센터를 만날 수 있다. 최근 KTX 연장에 따른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혜리·최중서 투어 매니저는 입사 3년 이내의 신규 직원이지만, 두 분 모두 강원도 출신이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사우들도 동해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시길. 동해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동해 최대의 명승지 추암해변에 도착한다. 택시비는 약 8000원. 촛대바위로 알려진 이곳은 애국가 1절의 일출 장면에 등장할 만큼 일출 명소로 이름이 자자하다.
지난해 6월 설치된 추암 출렁다리는 국내 유일의 해상 출렁다리로, 하절기에는 밤 10시까지 출입이 가능한데, 반짝반짝 조명을 설치해 야경이 매우 아름답다. 추암해변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예쁜 건물은 쏠비치 삼척이다. 추암해변이 삼척시와 동해시의 경계가 되는 만큼 추암해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 분위기로 조성한 이 리조트는 한국철도의 법인 콘도로 숙박 이용이 가능하다. 리조트 아래에 위치한 삼척해변은 안목해변에 뒤지지 않는 카페와 강문해변 못지않은 포토 스폿을 자랑한다. 여행 계획이 있다면 미리 예약하자.

푸른 바다가 주는 것
“처음에나 좋지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 동해에서 일한 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바다에 사는 내가 부럽다는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거짓말을 하곤 했다. 그냥 우울해 보이기 싫어서, 무언가로부터 위로받는 게 부끄러워서 그랬을 것이다. 난 솔직하지 못하니까. 비밀인데, 사실 요즘에도 가슴이 답답한 날이면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 우두커니 앉아 있곤 한다. 좋다. 나는 바다가 좋다.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청량감이 좋고, 푸른색이 주는 특유의 우울함도 좋다. 바다의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주는 위로가 좋다. 푸른 바다가 주는 것. 가끔, 아주 가끔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동해행 KTX에 올라볼 것을 추천한다. 마음까지 푸른색으로 물들 것 같은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