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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할 때 새롭게 만나는 나라와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누군가는 박물관을 제일 먼저 찾아간다고 한다.
그것이 그 장소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이나 역사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박물관도 좋지만, 가끔은 특정 도시에만 자리한 ‘이색 박물관’을 들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곳으로 알려진 별별 박물관을 모아봤다.

정리 제민주 사진 셔터스톡

이별에 관련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면 
실연 박물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아주 유명한 박물관이 있다. 이별한 이들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전시하는 실연 박물관이다. 헤어진 연인의 물건만 있는 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여러 관계에서 이별하며 남겨진 물건도 전시한다. 인형, 옷, 편지, 신발, 자전거 등 대부분 일상용품이지만, 하나하나 각기 다른 이별의 사연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보낸 고무장갑도 있는데, 사연의 주요 내용은 고부 갈등으로 인한 이별이라고. 박물관은 이 지역에 살던 예술가 커플이 관계를 정리하면서 추억이 담긴 물건을 전시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별에 관한 전시품을 기증받고 있다. 한국어 설명서가 있어서 단편소설 읽듯 돌아볼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마성의 게임, ‘핀볼’을 좋아한 당신이라면 여기 주목!
핀볼 박물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핀볼 박물관(플리퍼 박물관)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핀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방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박물관이라 부르는 이유는 핀볼이 처음 등장한 19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레트로 감성 가득한 핀볼 기계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경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만지고 일행과 함께 재미있는 게임도 가능해 더욱 즐거운 공간인 것. 작은 기계부터 큰 기계까지, 사탕 기계부터 축구 기계까지 130가지 기계로 채워져 있다. 핀볼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향수를, 요즘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놀이를 선사하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후 세계, 그곳으로 떠나는 마지막 여행
장례 운구차 박물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13대의 화려한 마차가 눈길을 끈다.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치장한 이 마차들은 모두 장례식 때 관을 나르던 운구차였다. 모두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카탈루냐 지방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과거 카탈루냐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교회나 도시 안에 묘를 쓸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자 성벽 밖 멀리 공동묘지를 만들게 됐는데, 이때 관과 유족을 운송할 수단이 필요했던 것. 장례식 마차 자체가 그 사람의 지위를 상징했기에 호화스러운 마차도 등장했다. 이 박물관에는 13대의 마차, 6대의 유족을 위한 마차 그리고 3대의 장례식 자동차 등이 전시돼 있다.

머리카락으로 펼치는 예술의 경지
머리카락 박물관

은퇴한 헤어 디자이너 레일라 코훈은 머리를 손질하는 것뿐 아니라 머리카락으로 만든 ‘헤어 아트’ 골동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12세기부터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그의 머리카락으로 보석이나 화환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1990년에 문을 연 이 박물관에는 600여 점의 머리카락 화환과 2000여 개의 헤어 액세서리 보석류 등 헤어 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이 중에는 18세기에 수녀가 된 자매들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화환도 있다. 각 작품에는 그것을 만든 이유와 사연을 곁들여놓아 흥미를 끈다.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빅토리아 여왕 등 유명인의 머리카락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