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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북단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정부, 지자체, 한국철도 등 관계 기관 종사자 1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우리는 남북 간 끊긴 동해선을 잇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글 문정후(해외남북철도사업단) 사진 홍보문화실

1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 행사에서 가상 승차권을 구입하는 참석자. 2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 승차권.

83년 세월의 염원, 꿈이 쌓인 철길

1937년 개통한 동해북부선은 백두대간에 가로막힌 영동 북부 주민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꿈의 철길이었다. 안변역을 분기점으로 경원선·평라선으로 뻗어나간 철길을 따라 서울, 만주 등지로 향한 영동 북부 지방 사람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 후 동해북부선은 반세기 동안 열차 기적을 울리지 못했다. 고요하던 동해북부선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통해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남측 제진역과 북측 금강산역 사이 25.1km를 연결한 뒤 2007년 열차 시험 운행을 실시했는데, 이때 북측 기관사와 인사를 나누며 이름을 묻는 장면은 많은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열차는 금세기 들어 제진역을 운행한 처음이자 마지막 열차가 되었다. 이후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민통선 안에서 오롯이 열차를 기다려온 제진역. 그리고 2020년 4월 27일, 우리는 철길 위 새로운 꿈을 여는 신호탄을 제진역에 쏘아 올렸다.

동해북부선 연결을 기다리며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다시금 만났다. 그리고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해나가기로 합의했다. 2018년 12월 ‘금강산~두만강 구간 철도 현지 조사’와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 현대화 착공식’을 시작으로 정부와 한국철도에서는 동해북부선 남측 구간을 연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그리고 2020년 4월 2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동해북부선(강릉~제진) 연결 사업을 남북 교류 협력 사업으로 지정하면서 사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2021년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화의 철길을 향한 염원은 국민으로부터도 생겨났다. 동해북부선 연결을 십시일반 지원하기 위한 침목 모금 운동에 재일 동포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2390여 개의 침목을 기증했다.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대륙 철도

2018년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2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4월 27일,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최문순 강원지사,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 등 정부와 한국철도는 강릉~제진 간 110.9km의 미싱 링크(missing link)를 잇는 철도 건설 사업 추진을 기념했다. 한국철도는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서 기획 영상물 <대륙을 향해 걸어온 길>을 제작해 상영했다. ‘강릉~베를린 기념 승차권’도 선보였는데, 참석자들은 유라시아 철도 연결의 꿈에 부푼 표정으로 승차권을 받아 들었다. 또한 남북 철도 연결을 염원하는 기념식수를 위해 도라산역·부산역에서 흙을 공수하는 등 성공적 행사에 기여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강릉선 KTX를 통해 남과 북의 교류가 시작되었듯, 동해선 철도 연결은 남북 교류와 평화의 상징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더불어 동해선 연결은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시베리아 횡단철도 TSR와 중국 횡단철도 TCR로 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는 곧 부산에서 베를린을 잇는 유라시아 철도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뜻한다. 중국, 러시아를 지나 서유럽까지 연결되는 최적의 육상 물류 구간을 개통한다면 우리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중심축인 환동해 경제권 완성과 동시에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로 부상해 유라시아까지 경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평화 경제 실현을 위한 대륙 철도망의 완성, 그 시작에는 동해북부선 연결이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