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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1987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시작한 새해의 계획은 뒷심을 잃은 지 오래고,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은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은 채 더위를 맞게 된 한 해의 중간, 6월이다. 감사하지만 무력하게 별일 없는 하루하루,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왠지 6월을 맞이하는 자로서 사치이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맞이하는 오늘의 6월은 특별한 생각을 꼭 해야만 하는 당위를 지닌 달임이 틀림없다. 때론 무관심 속에, 때론 지긋지긋한 코로나19 때문에, 혹은 그 무언가의 이유로 잊어버린 6월의 의미를 오늘을 사는 우리는 반드시 숙고해야만 한다.

글 고은희(서울본부)

뜨거웠던 6월의 진정한 의미

영화 <1987>은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을 다뤘다.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경찰은 민주화 운동을 하던 서울대생 박종철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했고, 이 과정에서 그가 사망한다. 이를 은폐하려 한 경찰은 화장을 지시하지만, 최환 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강행한다. 만약 최 검사가 경찰의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화장을 승인했다면 이 사건은 아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두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목숨 걸고 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1987>이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말을 내뱉는 박 처장을 보며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과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는 철학자 해나 아렌트의 말이 떠올랐다. 그 시대의 얼마나 많은 이가 악의 평범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었을까.

과거에 빚진 자,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이 영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은 ‘선택’이다. 당시 사건을 은폐하려는 상부 지시를 무시하고 법대로 부검을 강행한 검사, 교도소 안에서 비둘기 역할을 한 교도관, 교도관 삼촌을 대신해 진실을 전달한 연희,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 윤 기자, 전직 기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이부영 등 각 인물의 목숨을 건 선택 혹은 결단은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전달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렇게 폭로된 한 청년의 죽음은 장차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는 불씨가 된다. 연희는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는 이한열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고 반문하지만,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그의 사진을 본 후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대에 합류한다. 이 장면은 세상이 바뀌는 그날을 위해 연희 스스로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실화에 기반을 둔 뼈아픈 장면들이 보는 내내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이미 우리는 영화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바뀐 세상’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그야말로 빚진 자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이 공로 없는 평화는 무명의 수많은 이가 목숨 바쳐 지켜낸 가치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걸까?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영화는 내내 질문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웠던 6월의 함성이, 핏빛 어린 투쟁 정신을 잊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달리는 즐거움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

겨울 내내 춥다는 핑계로 이불 속에서 꼼짝 않고 지내다 이제 좀 따뜻해져 몸 좀 움직이나 싶었더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곁에 찾아와 요즘 우스갯소리인 나도 확‘찐’자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어찌나 독한지 1월 혹은 3월이 되면 늘 습관적으로 등록하던 헬스클럽, 문화센터 등 아무 데도 못 가고 옴쭉달싹 못 하게 우리 몸을 봉쇄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다.

글 임현아(수도권동부본부)

현실 밖 또 다른 세상을 위한 달리기

러닝 전도사로 유명한 저자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렸고, 그 덕분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완주할 만큼 강했던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모든 것이 힘들고 괴로웠다. 앞으로 더 이상 달려 나갈 수 없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인생을 바꾼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도 아닌, 달리기로 인생을 바꾼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터라 특별하게 다가왔다. 많이 게으른 나는 달리기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하지만 인생이 걸렸다니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 20분씩 러닝, 성취감이 찾아왔다

“내가 오늘 달리기를 하는 까닭은 내일을 더 잘 살고, 한 달 뒤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지금 달려두는 것이다.” 나도 운동복을 입고 러닝화를 신었다.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것이 벌써 한 달 정도 되었고, 2주 전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20분간 달리고 있다. 고작 한 달밖에 안 된 초보 러너라 그런지, 아직은 달리는 동안의 행복은 잘 모르겠다. 다만, 달리기가 좋아진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성취감이다. 달릴 때는 곧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뛰고 나서 땀범벅이 된 나를 보며 ‘오늘도 해냈다’라는 생각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긍정 기운 가득 담은 책 한 권

“내가 누릴 수 있는 성취의 양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성취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빈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달리면서 얻은 소중한 진리다.”
달리기, 단어만 들어도 힘들다. 하지만 이 힘든 시간을 견뎌낸 나는 어제보다 더 강한 내가 될 것이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달리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있는 나를 온전히 느끼는 것. 이 30분의 달리기로 그날 행복이 완성된다.이 책은 문장력이 좋은 책도, 짜임새가 탄탄한 책도 아니다. 읽다 보면 내용이 허술한 느낌조차 드는데, 이상하게 매력적인 책이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달까. 긍정적인 저자의 생각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운동화 끈을 조이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