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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캘리그래피 지용태(한국철도공사)

잠시 나를 찾는 여행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도전을
이겨낼 힘을 갖게 한다.

요즘 입사하는 대부분의 신입 사원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5년에 입사해 35년 이상을 철도인으로 살아왔다. 다른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오롯이 철도와 관련한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둘러싸여 세월을 보냈다. 내 젊은 시절의 추억은 그렇게 철도와 늘 함께했다. 철도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입사 5년 차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도 건널목 안내원 시절에 건널목에서 아내를 만나 열차 여행을 하며 데이트했으니
그 또한 철도와 인연이 있다고 하겠다.

철도 인생을 돌아보니 많은 일이 있었다. 10년 차 즈음에는 지금의 정동진역을 개발하고 알리기에 바빴고, 2000년 초반 태풍 ‘루사’와 ‘매미’의 피해로 영동선이 초토화되었을 때는 연계 버스 운영으로 지역 고객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높인 ‘CEO와 함께하는 가족 공감’ 프로그램 운영, 젊은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주니어 보드’ 제도 정착, 10년여 운임이 정체되어 있던 화물 운임 전격 인상, 남·북·러 협력 사업으로 추진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의 일등 공신인 KTX 강릉선 개통, 강남권 주민의 KTX 이용 편의 증진으로 새로운 이동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광명역~사당역 간 셔틀버스 개통, KTX와 항공 서비스 연계로 지방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 개통 지원, 새로운 광고 전략 발굴 및 한국철도 기업 홍보를 위한 서울역 영상 정보 안내 장치 직접 설치 등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남북 관련 업무를 다시 맡게 되어 북한을 여러 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남북 철도 연결 구간에 대한 점검과 우리 차량을 이끌고 북한을 다녀온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었다. 향후 남북 철도 연결은 한국철도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가끔은 퇴직을 앞둔 선배들이 그간의 소회를 적어 보내시는 메일을 받게 된다. 일부는 대과 없이 철도를 떠나게 되어 아쉽고 고마웠다고 하시는데, 적어도 나는 퇴직할 때 인사말로 대과 없이 떠난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열심히 일하며 철도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르니 나 또한 피로도가 누적되어 몸도 맘도 지쳐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를 사랑한다면 조금은 쉬어 가야 한다”는 말을 절실히 체득하는 시점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회사에서 교육 파견 기회가 있어 ‘쉼’과 ‘충전’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짬짬이 탑정호 한 바퀴 돌기, 예당호 산책 길 걷기, 대전~세종 간 금강길과 대청호반길 걷기 등 쉬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눈으로 많이 보고 마음속에 충분히 담았다.

추운 칼바람, 따뜻한 햇살, 흐드러진 봄꽃, 귀에 쏙쏙 박히는 새소리 등 그간 놓치고 있던 것들을 느끼며 그들은 항상 내 주변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나를 찾는 여행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도전을 이겨낼 힘을 갖게 할 것이다. 우리 철도인은 일을 맡으면 쉬지 않고 반드시 해내려고 하는 저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몸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철도 인생을 즐겁게 오래 하려면 가끔은 쉬어 가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개인이 안정되고 가정이 평안하고 회사가 건강해진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한 번쯤 쉬어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