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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is First’
해외의 기발한 안전 철도 캠페인

2018년 가을, UIC 파견 근무 중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350km 정도 떨어진 낭트(Nantes)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한참을 달리던 저가 고속열차 위고(Ouigo)가 갑자기 멈춰 서는 일이 발생했다. 열차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함과 걱정이 교차하던 순간, 열차 팀장의 재치 있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열차 내 승객 여러분, 지금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하나씩 있습니다. 안 좋은 소식을 먼저 말씀드리면, 열차 고장으로 잠시 정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여러분이 타고 있는 것이 비행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열차가 고장 났다고 해서 추락하지 않으니 편안히 객실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있던 다른 승객들은 열차 팀장의 방송 덕분인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자칫 위급한 상황이 될 수 있었지만, 열차 팀장은 열차의 안전함을 재치 있게 승객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때 느낀 것이 상황에 맞는 열차 안내 방송의 중요성이었고, 나아가 보다 효과적인 철도 안전 홍보나 캠페인의 필요성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철도 안전 캠페인을 펼치는지 이색적이면서도 시사성 있는 해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 이주형(해외남북철도사업단)

네덜란드
철도 사고 희생자 패션쇼

네덜란드 철도(ProRail)는 2019년 4월 초, 아주 독특한 패션쇼 형태의 철도 안전 캠페인을 개최했다. 이름하여 ‘Victim Fashion’. 쉽게 이야기하면 열차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실제 훼손된 옷을 주제로 패션쇼를 연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쪽 다리 부분이 찢겨나간 희생자의 바지나, 사고 당시 충격으로 너덜너덜해진 원피스, 심지어 상반신 절반이 날아간 청 재킷까지 사고 당시 끔찍했던 순간을 연상시키는 옷들을 행어에 걸어 패션쇼 런웨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패션쇼의 디자이너를 소개하듯 이 옷들의 디자인은 열차 사고가 만들어낸 것(Created by accident)이라는 부가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캠페인의 궁극적 목적은 열차 사고 희생자 0(zero)’이다. 특히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0대 청소년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 것이다. 당연히 실제 사고자의 옷을 보여줌으로써 철도 안전에 관한 강력한 경각심을 줄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일부 부모는 너무 끔찍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 한동안 이슈가 되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 언론사 해외 언론사 반응

Forbes(포브스)  Shocking, but it has to be
BBC Controversial
THE SUN(더 선) Horrifying
Le Figaro(르 피가로) Torn clothing warns of railway danger

이 패션쇼는 BBC, <포브스> 등 메이저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으며 안전 캠페인 효과를 기하급수적으로 배가시켰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2억 뷰 이상 미디어 노출, 20개 국가의 헤드라인 장식, 네덜란드 국민의 74% 이상 시청, 770만 SNS 전파 등 수천만 유로의 홍보 효과까지 창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철도 회사만의 소극적인 철도 안전 캠페인이 아닌 일반 국민까지도 철도 안전에 관심을 집중하게 한 혁신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찾아가는 철도 안전 체험

오스트리아 연방철도(OBB)는 보다 친근하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철도 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내부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직원으로 구성한 ‘OBB 안전투어팀(OBB Safety Tour Team)’이 그 역할을 하는데, 전국 역을 연중 순회하며 고객을 찾아가 철도 안전 체험 캠페인을 마케팅 프로모션처럼 진행하는 것이다. OBB 안전투어팀은 철도 안전 관련 정보를 보다 쉽게 고객에게 알려주기 위해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응급 시 안전 조치 사항과 올바른 행동 요령을 직접 선보여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도 있도록 한다. 특히 안전 관련 시설과 예방 조치 등을 VR를 활용해 둘러볼 수 있는 가상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민을 상대로 철도 안전의 중요성을 보다 친근하게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베테랑 직원을 활용해 보다 가치 있는 업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한 철도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이는 임금 피크제나 퇴직을 앞둔 경험 많은 직원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OBB 안전투어를 진행하는 오스트리아 연방철도 / 고객 대상 VR 안전 체험 프로그램 진행

호주, 프랑스
익살스러운 만화로 철도 안전!

때로는 긴 설명보다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철도 안전의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다. 특히 재미있는 만화나 일러스트를 활용해 열차 이용객에게 철도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사례는 많은 철도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중 오스트레일리아 철도(QueenslandRail)는 철도를 이용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안전사고를 유형별로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짧고 함축적 경고
메시지로 보여주고 있다. 철도 건널목을 건널 때, 열차에 승차할 때,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등 일상적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철도 시설을 이용하도록 장려하기 위함이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공사(RATP)의 경우, 간단히 표현했지만 끔찍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으로 지하철 안전 이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노란 안전선 밖으로 손을 뻗고 있다가 팔이 없어지는 그림이라든지, 닫히는 출입문으로 급히 나가다 마술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든지 그야말로 웃픈 그림들로 글씨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까지 그림만으로도 안전 수칙을 준수하게 만든다.

언택트 시대에 맞는 철도 안전 캠페인을

우리의 철도 안전 캠페인 예를 보면 직원을 동원해 철도 건널목에서 피켓을 들기도 하고, 실적 제출용으로 현수막을 들고 사진 찍는 등 성과 없는 캠페인을 펼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이고,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과연 우리에게 맞는, 실제 철도 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안전 철도 캠페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