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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비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에 있다

창조론이 우세하던 19세기,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과학자가 아니었다면 인류의 먼 조상 격인 네안데르탈인은 동물로 치부되며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과학자의 뚝심으로 세상에 존재가 드러났고, 지금 코로나19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글 이유미 참고 자료 〈우연과 과학이 만난 놀라운 순간〉(라파엘 슈브리에), 네안데르탈인(동물학백과)

19세기 중반, 독일 네안더 계곡은 수많은 동굴과 다양한 크기의 바위로 가득했고, 골짜기 북쪽과 남쪽에는 특히 크고 작은 동굴이 많았다. 또 석회암과 대리석이 유명해 많은 건설 회사가 이곳의 석회암과 대리석을 캐냈다. 1856년 8월, 채굴꾼들은 작은 펠트호퍼 동굴 안에 있는 흙을 제거하다가 1m 깊이에 묻혀 있던 해골 화석을 발견했다. 사람의 뼈처럼 보이지만 유독 두껍고, 두개골 형태가 사람 것과 비슷하면서도 눈썹 주위가 유달리 부풀어 있었다. 채굴꾼들은 그 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곰, 하이에나, 오소리 등 동물 뼈가 자주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채굴꾼들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건설 회사 사장 빌헬름 베커스호프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뼛조각을 모아 자연과학에 미쳐 사는 동네 과학자 요한 카를 풀로트에게 가져다주게 된다.

지질학, 고고학,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던 요한 카를 풀로트는 뼛조각을 보자 매우 희귀한 형태의 인간 해골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펠트호퍼 동굴을 조사해 30~40대로 추정하는 남자의 뼈 화석을 발견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종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학회에 보고했으나, 학회에서는 병든 코사크족의 유골, 로마 시대 야만인의 뼈 화석이라며 그를 조롱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은 개신교와 천주교 세상이었던 것이다.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이란 책을 통해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발표해 유럽에 충격을 주었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이를 부정했고, 창조론자들의 반발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화석이 신종 인류의 것이라는 풀로트의 주장은 일부 사람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풀로트가 죽은 지 30년이 지난 1900년대 초에야 정식 인종으로 인정되었다. 1908년 프랑스 코레즈루 라샤펠로생에서 이루어진 본격적 발굴 작업을 통해 풀로트가 발표한 화석과 동일한 형태의 해골이 발견된 것이다. 이 새로운 인간종의 이름은 네안더 계곡의 이름을 따서 네안데르탈이 되었다.

 

인류에게 면역력을 선물한 네안데르탈인

인류의 사촌이라고 불리는 네안데르탈인은 멀게는 40만 년, 가깝게는 20만 년 전부터 유럽과 중앙아시아, 서아시아에 널리 퍼져 살았다. 이들은 석기를 만들고, 불을 사용했으며, 시신을 매장하는 풍습도 있었다. 현대인에 비해 짧은 다리와 긴 상체를 지닌 다부진 체격이었으며, 키는 성인 남자가 164~168cm, 여자가 152~156cm 정도였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학계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호모사피엔스와는 피를 섞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십수 년 사이에 제기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피에는 평균적으로 1~2% 정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스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해 유럽과 아시아로 뻗어나갈 때 네안데르탈인과 섞이면서 혼혈 2세를 낳았고, 이때부터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현생 인류에 일부 남아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DNA 속에는 바이러스와 싸울 면역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2018년 스탠퍼드 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드미트리 페트로프, 인문과학 교수 미셸과 케빈 더글러스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에 자주 발견되는 네안데르탈인 DNA 조각의 상당수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매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는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떠난 이후에 마주친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이종교배가 처음 이뤄지기 전 네안데르탈인은 이미 수십만 년 동안 아프리카 밖에 살면서 유럽, 아시아의 전염성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면역 체계를 키워왔다. 이에 비해 새롭게 유럽이나 아시아로 이주한 조상들은 바이러스에 훨씬 취약했을 것이고, 이종교배로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유전적 면역력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코로나19 중증 유발 연관성

이런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후고 제버그 박사와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장 스반테 페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에 물려준 3번 염색체 유전자가 코로나19 중증 유발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이 일반인과 비교해 3번 염색체에서 더 많은 변이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온 후였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중환자들의 3번 염색체 변이 현상과 관련해 이 염색체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5만 년 전 크로아티아 지역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와 같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3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고대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보여 현생 인류에게 계승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유전자는 코로나19에 대해선 면역 과잉 반응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최근 방글라데시계 사람 다수가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했는데, 3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방글라데시인의 63%에서 발견되며, 남아시아 사람의 3분의 1도 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 코로나19가 혈액형 등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몇 차례 발표되었기 때문에 이 가설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와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선별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와 오랜 기간 공존하다가 4만 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네안데르탈인.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어느 과학자가 아니었다면 존재조차 몰랐을 그들이 코로나19 공포로부터 현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현재 코로나19가 혈액형 등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몇 차례 발표되었기 때문에 이 가설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와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선별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