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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 목포에서 인물 자랑하지 마라, 예향의 도시” 등 목포를 상징하는 말은 많다. 그만큼 자랑과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목포에는 유달산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지만, 특히 음식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밤새 통곡할 것이다. 오죽하면 서울의 유명 한정식이나 맛집의 주방은 이곳 사람이 책임진다는 소문이 있을까. 그래서 목포식당, 전주식당, 광주식당이라는 간판만 달려도 믿고 들어갈 만하다. 목포 별미로는 홍어, 민어, 낙지, 조기, 갈치 등을 비롯해 육·해·공 산해진미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목포에 오면 무엇을 골라 먹을까 고민이 된다.

글과 사진 박석민(광주전남본부) 장소 사진 제공 목포시청

목포대교 전경 / 목포 근대역사관.

목포역에서 만난 흥미로운 이야기

맛의 고장이라 하지만 알고 보면 도시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는다. 개항과 더불어 호남선 철도가 생기면서 크게 부상한 곳이다. 1897년 인천, 부산, 원산에 이어 네 번째로 개항하면서 호남 최고의 국제항으로 용트림을 하고, 1914년 호남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여의주를 물었다. 철도로 호남지역의 쌀·면화·소금이 원활하게 수송되고, 노령산맥으로 꽉 막힌 내륙과의 왕래가 가능해졌다. 그야말로 교통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하여 인근 무안, 신안, 해남, 강진, 영암, 진도까지 아우르는 최대 거점 도시가 되었다. 1960년대 목포역의 수입과 이용객을 보면 광주, 순천, 여수, 전주, 익산을 앞지르는 호남 1위였다.
손님이 붐비던 당시 목포역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역전에 ‘도깨비시장’이 있었다. 요즘은 번개시장이라 부르지만, 당시에는 사람의 정신을 홀랑 빼앗는 도깨비 같은 장이 선다고 해서 그리 불렀다. 아침 8시경 통근 열차가 도착하면 역전 장이 잠깐 열렸다. 주로 인근 임성리, 일로, 몽탄, 함평 주민이 생산한 쌀·고구마·감·들깨·시금치·옥수수 등을 가지고 와서 팔았다. 심지어 닭과 염소까지 태워 왔으니 열차 칸에 냄새가 진동했으리라.
열차가 도착하면 상인들이 서로 먼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총알같이 달려 나갔다. 또 수백 명의 학생도 지각하지 않으려고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열차가 서기도 전에 뛰고 내달렸다. 그러다 보니 집표구 역무원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아수라장이 돼버리고,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은 돈도 내지 않고 북새통에 끼어 줄행랑을 놓기도 했다.

맛의 도시에서 만난 준치와 덕자

맛의 도시에 왔으니 알짜 맛집에 간다. 먼저 “썩어도 준치다”라는 말의 주인공을 먹어보자. 준치는 청어목 준칫과 생선으로 전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중국 명 태조 주원장이 준치를 매우 좋아했다. 명나라가 남경에서 북경으로 천도한 뒤에도 준치를 진상받았는데 수송로가 멀어지다 보니 대부분 상해버렸다. 그나마 멀쩡한 것을 상에 올리고 썩은 것은 버렸는데, 이를 잘 모르는 신하들이 맛있게 먹고 극찬했다 해서 이 말이 생겼다 한다.
요즘은 준치 보기가 쉽지 않은데, 유독 목포에서 맛있게 무침으로 내는 집이 바로 ‘선경준치횟집’이다. 역에서 목포항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바닷가에 있어 바다 전경도 좋다. 이 집은 준치뿐만 아니라 병어 요리나 마른우럭탕도 잘한다. 준치를 바다에서 잡은 즉시 냉동한 선어를 해동해 미나리, 오이, 양파 등 갖은양념에 무치는데 새콤달콤 맛있어서 술안주로 먹거나 비벼 먹으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른다. 생선탕 마니아라면 마른 우럭을 푹 고아 우려낸 마른우럭탕을 먹으면 숙취 해소에 최고다.
다음은 ‘덕자’를 먹으러 간다. 혹시 잘못 들으면 성추행단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덕자 생선은 병엇과로 큰 병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우습게도 왜 덕자라 부를까? 목포에서 덕자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하당 장미의거리 ‘홍길동식당’에 가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매일 잡은 신선한 덕자를 입찰받아 요리하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맛난 뱃살 부위는 회로 먹고, 나머지는 얼큰한 찜으로 끓인다. 인상 좋은 주인장은 덕자의 유래를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마른우럭탕 / 준치회무침 / 덕자회 / 덕자찜 / 쑥굴레

“이 고기를 처음 잡은 선원들이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를 때, 선장님께서 내 딸 순자, 덕자, 미자 중에 통통한 덕자와 많이 닮았으니 앞으로 덕자라 하자 해서 그리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자는 워낙 커서 한 마리로 회와 찜을 만들면 4명이 먹을 수 있다. 귀하신 분에게 특별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후식으로 목포의 전통 간식 쑥굴레를 추천한다.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이곳은 역전에서는 어머니가 운영하고 하당에서는 딸이 운영한다. 쑥굴레는 건강에 좋은 쑥을 넣어 반죽한 찹쌀떡에 고물을 묻힌 떡으로, 동네 사람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한다. 달콤한 조청에 찍어 먹는데, 쫀득한 쑥경단과 조청의 궁합이 환상적이라 혀가 녹을 지경이다. 쑥굴레를 안 먹고 간다면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다.

낭만 항구, 호남선 출발역, 뉴트로 여행지 목포가 뜨고 있다.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 근대역사관, 춤추는 바다분수, 갓바위, 서산동 시화골목까지 볼거리가 너무 많다. 신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목포를 여행하길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