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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스탬프는 1999년, 한국철도(당시 철도청)에서 ‘한국 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각 역의 랜드마크, 특산물, 자연경관, 동식물, 관광 명소 등을 새긴 스탬프를 제작해 비치한 것이 그 시작이다. 100개의 역과 철도박물관을 더해 총 101개의 스탬프를 제작했고, 현재는 여러 가지 방법(명예역장, 지역본부 제작, 철도 동호인 기부)으로 만든 스탬프를 더해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는 총 300여 개가 넘는다.

글과 사진 김영빈(자유기고가)

21여 년이 지난 현재, 세월이 흐르며 폐기되거나디자인 변경, 폐역 등으로 인해 1999년 ‘한국 철도 100주년’ 당시 제작한 101개의 스탬프를 날인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된 듯하다. 하지만 다행인 건 2010년대 이후 내일로 패스가 유행하면서 이 여행을 기념하며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를 남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각 지역본부나 여행센터에서는 스탬프 북을 만들어 내일로 패스를 이용하는 내일러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2020년 현재, 전국 기차역 여행센터에서는 한국철도에서 제작한 ‘전국 철도 정복을 위한 내일로 두 번째 이야기 스탬프 퀘스트’ 스탬프북을 배포 중이다.

강릉의 멋도 누리고, 강릉역 기념 스탬프도 찍고

강릉역은 한국철도 강원본부의 관리역 중 한 곳이고, 강릉선 KTX가 개통한 후 하루 왕복 14회, 주말 왕복 21회로 운행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는 영동선, 태백선 무궁화호, 누리로 열차가 동해역으로 단축 운행함에 따라 강릉~동해 간 누리로 셔틀열차를 왕복 10회 운행 중이다. 또 관광열차 두 종류(바다열차, 동해산타열차)를 꾸준히 운행 중이기도 하다.
강릉역에 대한 내 애정은 남다르다. 현재 KTX 역사로 탈바꿈하기 이전의 작은 역사 시절부터 지금의 동글동글한 KTX 역사가 완공될 때까지 KTX 강릉역 공사 현장을 일주일에 한 번씩 구경하러 나오면서 애착이 커진 것이다. 역사 안에서 강릉선 KTX를 타고 여행 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노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전국 레츠코레일 여행센터에서는 난도 별 5개짜리 ‘전국 철도 정복을 위한 내일로 두 번째 이야기 스탬프 퀘스트’ 스탬프 북을 배부 중이다. 30개 역의 스탬프를 찍으면 내일로(ADULT) 연속 7일권을 선착순 50명에 한해 제공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강릉역에는 한국 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1종이 비치되어 있는데, 경포대 그림을 담은 스탬프가 있다. 경포대는 관동팔경 중 하나로, 오죽헌·경포호 및 경포해수욕장과 함께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봄에는 경포호와 경포대 일대 벚꽃을 구경하러 강릉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 경포해수욕장 중앙광장 쪽에는 강릉시에서 운영하는 느린 우체통이 있다. 엽서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집으로 발송해주니 강릉에서 쌓은 좋은 추억을 엽서에 남겨보길 적극 추천한다.

강릉역 방문 기념 스탬프는비치된 지 21년이나 지났는데,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 상태가 아주 양호한 편이다. 옛날에는 바다열차 그림으로 된 스탬프도 있었다던데, 현재 역에는 비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대신 강릉역에는 한국철도 강원본부에서 별도 제작한 엽서 2종이 비치되어 있다. 강릉역의 정체성을 담은 이 특별한 엽서는 여행객에게 또 하나의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취미가 된 스탬프, 전국 여행의 원동력이 되다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를 찍는 것이 지금은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1월 내일로 패스를 끊어 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처음으로 20개 넘는 역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으며 여행했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내일로 패스 7일권을 끊어 여행할 생각이다. 나의 목표 중 하나가 향후 10년 안에 전국에 있는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를 완집하는 것인데, 꼭 성공하고 싶다.
“기차역 스탬프를 찍으며 여행하는 것이 취미”라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기차역 스탬프를 아예 모르거나, 그런 게 무슨 취미 활동이냐고 묻는 친구도 있다. 해외는 기차역 스탬프 투어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철도 동호인이나 내일러들만 이용하는 문화라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바람이 있다면 기차역 스탬프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어, 이 역시 누군가의 취미 활동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기차역 방문 기념 스탬프 투어를 한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기차역 기념 스탬프는 여행한 도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 명소나 랜드마크, 특산물, 자연경관 등을 알게 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스탬프를 통해 생소한 명소를 안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은 빠르고 편리한 고속철도를 선호한다. 시대가 변하며 간이역들이 사라지고, 선로가 직선화되며, 몇몇 역은 폐역이 된다. 스탬프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내일로 패스를 이용해 시골 간이역을 여행하는 게 굉장한 기쁨이었는데, 미래에는 간이역 같은 역의 스탬프 투어를 다니는 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기차역 스탬프를 몰랐던 이들에게 내일로 패스를 끊고 기차역을 기념하는 스탬프 투어를 한 번쯤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해당 지역의 명소를 여행하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